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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었다

매일같이 의식적으로, 아니 이젠 타성적으로 열어보던 메일함에 그녀의 메일이 와있는건..

사실 매일같이 열었을 때 스팸메일로 가득차 있던 메일함에 단련이 되어서 그녀의 메일마저 스팸메일이려니하고 넘길뻔 했다. 그런데 그 순간 익숙한 그녀의 닉네임이 눈에 들어왔기에 아슬아슬하게 메일을 삭제하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

 

그녀의 메일 내용은 별것 없었다.

요즘 어떻게 지냈느냐 여자친구는 생겼느냐 회사일은 어떠냐...

그녀는 지금 여행중이라면서 자신의 여행이 끝나면 만나서 차나 한잔 하자는 이야기로 메일내용은 끝이었다.

정말 별것 없는 내용이었다.

 

컴퓨터 모니터를 끄고 돌아섰다.

그리고 베란다에 나가서 약간은 쌀쌀한 초여름밤의 바람을 맞으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1년만이었다.

그녀의 메일.

간단한 안부인사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반갑기도 하고 어떻게 해야할까 라는 망설임도 생긴다.

아무렇지도 않게 답장을 할까 아니지 몇일 더 지나고 보낼까...

아니 답장 안하는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그녀에 대한 내 마음은 아직 모르겠다

정리가 된건지 아님 아직 미련이 남은건지...

그녀의 내용없는 메일 하나에 이리저리 고민하게 되는데...

혹시 이건 그냥 고민이 아니라 괜히 한번 튕겨볼까 고민하는걸까

 

솔직히 나는 웃고 있다

그녀의 메일 때문인걸까...

잘 모르겠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마지막으로 사귀었던 그녀와 이별한 이후 비정상적일 정도로 차분해졌던 일상에서 느끼던 불안감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녀와 이별한 순간부터 약 3개월 동안은 죽을 만큼 힘들었다

눈을 떠보면 모든 것이 그녀와 함께한 것들 투성이었기에 잊는것이 마음처럼 쉽게 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약이라고..

4개월이 되고 5개월이 되고.... 반년정도 지나고 났을땐 그녀를 만나기 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물론...메일함을 확인하는 것은 계속되었지만 그것도 점점 일종의 습관으로 굳어져가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활력있고 새로움이 가득하던 하루하루가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친구들은 "넌 아직 그녀를 잊지 못한거야"라고 하지만 난 그들이 뭐라고 하든 신경쓰이진 않았다

활력이 넘치던 내가 살아있음이 증명되던 그런 날들이 그리웠다

그녀는 그저 그런 날들을 같이 했던 사람이었을뿐 그이상의 의미들은 점점 사라져갔다

 

그래...

어쩌면 지금 그녀의 메일을 보면서 즐거운것도 비정상적이리만큼 안정되고 차분한 나의 일상에 갑작스럽게 찾아와 두드린것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필요 없다

그냥 지금 나를 흔들어 깨워줄 그런 사건이라면 사건이 필요한 상태이다

 

그새 마지막 담배 한모금이 남았다

이 한모금을 들이마신 뒤 할일은 정해졌다

지금 나는 새로운 사건사고들을 맞이할 준비를 끝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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